일상의 즐거움

2016년 2월 11일 남해 안녕! 본문

남해에서의 일상

2016년 2월 11일 남해 안녕!

해피바이러스걸 2016. 5. 3. 11:11

남해 안녕!

 

 

1. 결혼하고 첫이사인데 5시간 거리에 시골로 내려오다.

오랜기간 고민을 했었고 저지르지않으면 절대 내려오기 힘들기에 급저질렀다. 2016년 2월 11일, 우리가족은 남해로 이사를  왔다. 코니가 태어나기전 여행삼아 그리고 귀촌에 대한 생각이 정말 어렴풋하게 남아있을때 탐방겸 내려왔는데 진짜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결혼한지 5년만에 처음으로 이사를 했다. 그것도 서울에서 남해까지 300키로가 넘는 거리로 쉬지않고 5시간을 달려야지만 도착하는 곳으로... 이사비용만 2백만원이 넘었고(견적받은 곳 중 그나마 제일 저렴한 포장이사였고, 깔끔하게 잘해주셔서 감사할 따름) 먼거리로 1박2일이 걸리는 이사로 인해 이삿짐이 오기전 텅빈 집에서 우리는 그렇게 남해에서 낯선 하룻밤를 보냈다.

아직은 대형마트, 네온사인이 번쩍거리는 도시생활이 익숙하고, 사표를 내고 내려와서 내가 이 촌구석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남편과 싸우지 않고 잘 살수 있을까? 우리 코니를 어떻게 키울까? 걱정과 적응을 어떻게 해야하나 두려움이 앞선다. 이사전날 시어머니와 부둥켜안고 울었다.

 

(엄마아빠의 여행 중독으로 돌이전부터 1달간 스페인 포르투칼 여행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많이 싸돌아다닌 대단한 녀석임에도 이사하는 날 열이 올라 고생중임)

사표를 쓰게 된것은 사실 직장내에서 동료와의 마찰이 커서 그만두고 이직을 하겠노라하고 사표를 썼고 자유인이 되니 귀촌하기가 쉬웠다. 지금은 괜히 그만둔건가? 나 정말 일 재밌게 했었는데 이상한 그 여자 한사람때문에 내가 일을 왜 그만둔건가? 회의적 생각이 문득문득 올라오기도 한다. 적성에 맞는 일이었는데 이런 일을 이곳에서도 꼭 찾을 수 있겠지?

2.시골생활의 시작, 전입신고에서 호구조사

 우리 이삿짐은 포장이사에게 맡기고 걸어 3분거리인 면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내려왔다. 전입신고하러 왔다고 말하자 면사무소 직원 아저씨가 의아하게 쳐다보셨다.젊은 사람이 찾아보기 힘든 시골에서 세살짜리 아들놈과 (나름 젊다고 생각하는)젊은 부부가 처음 경험한 황당함은 "관심"이었고, 나에게는 호구조사라는 명목으로 완전히 "신상"이 털리는 낯섬과 당황이었다. 도시생활에서는 사실 타인의 삶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없다. 티나지않게 타인에 대한 평가를 하거나 삶을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나이, 직업,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서울에서 오셨어요?" '뭐먹고 사실겁니까?' '학교 선생님이십니까?' 창선에다 가게하실 생각이십니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통에 혼이 나갔다. 사실 우리도 꽉 짜여진 인생의 계획과 청사진을 갖고 내려온 것이 아닌데 이렇게 물어보시니 당황스럽습니다.

3. 귀촌한 이유는 더 나은삶, 저녁이 있는 삶

내가 귀촌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남해로 내려온 이유는 간단하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좋게 포장해서 더 나은 삶이고 솔직하게 까놓고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서울에서 남편이 이태리까지 유학을 다녀와서 배워온 요리 기술로 장사를 하려면 일단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 열심히 벌어도 임대료 내느라 뼈빠지게 일해야하고 쉴수 없이 일을 하여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 남해에서는 임대료가 일단 저렴하다. (독일마을과 같은 임대표 비싼 곳 몇몇만 제외한다면.)

남해는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 저녁 7시가 넘으면 어둠이 찾아온다. 아직은 밤산책이 조금 무섭다. 밤도 낮같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동네에서 가로등 불과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는 시골에서의 삶이 어색하고 두렵다. 저녁에 장사하는 집도 많지 않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강제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남해 귀촌을 도운 일등공신이자 내가 완전 정선홀릭을 하게 만들어주는 통큰 의리녀 정선언니,

이리오빠 사진이 없네

  

정선언니의 훈남아들 튼튼이

 

정선언니의 귀요미 딸 예쁜이

 

작년 12월에 귀촌한 인욱씨,윤정씨는 입덧으로 잠깐 친정 출타

<남해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내도록 도와줄 이웃들(정선언니와 이리오빠는 우리 귀촌의 일등 공신, 10년전 귀촌한 혁신적이고 진짜 진보적인 가족)>

4. 귀촌해서 뭐먹고 살거냐고요? 이태리 유학파 요리사 남편과 남해에서 먹고 살겁니다.

남편은 저랑 같은 대학 졸업하고,(캠퍼스커플) 공군장교로 길게 군대를 전역하였고(소위, 요즘 핫한 윤중위이십니다!, 그리고 봉블리 정봉이와 싱크로율90%를 자랑하는 남자. 아들도 응팔에 정봉이만 보면 아빠라고 부름 ) 캐나다 어학연수라고 1년간 놀다 왔습니다. 캐나다 여행 중 잠깐 시민단체에서 일을 좀 하며 진로를 고민을 하다 뒤늦게 선택한 것은 요리를 배우러 이태리로 떠났다. 한국으로 돌아와 저와 결혼을 하였고 가로수길에서 욕먹어가며 파스타 만들었고, 핫플레이스 홍대에서 그리스 식당에서 일을 하며 적성을 고민하며 요리는 계속했다. 코니가 태어난 이후에는 베이커리에서도 빵도 좀 구웠습니다. 제대로된 파스타 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고, 정직한 요리를 맛볼 것이라고 자신한다. 완벽한 이태리 정찬요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어쩌다 보니 홍보?ㅎㅎ)

열감기도 누나, 형덕에 이겨내고 있는 코니, 이삿날은 역시 짜장면, 짜장면 먹은 티내는 23개월

자리 잡기까지 시골에서 몇개월간의 무위도식 혹은 한량 생활을 즐겨야한다. 늘 스케줄에 맞추고 끊임없이 바쁘게 살아온 내 인생을 좀더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엄마, 아내의 딱지를 떼어내고 이곳에서 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